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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Way to the Paris – Liverpool / Back to London / Eurostar / Paris

 생각보다 잘 잔 덕인지 다리가 아프거나 발이 아픈 것은 가셨다. 씼고 어제 생긴 물집을 째고 약을 바른 뒤 반창고를 붙였다. 어차피 많이 걷지는 않을 테니까 오늘 이 정도로 괜찮을 것이다. 어차피 열차 시간까지 여유도 있고 상가들이 제대로 오픈하는 시간은 오전 10시라고 봐도 되니 천천히 준비하고 체크아웃을 한 뒤 숙소를 나와 일단 역으로 향했다. 영국은 예전에 일어난 테러 사건 때문인지 역에 코인 로커가 없고 ‘Left Luggage’라는 수화물 보관소 겸 유실물 보관소만 존재한다. 그 곳에 짐을 맡겨놓고 잠시 신발을 사러 돌아다닐 요량으로 짐을 맡기려 했는데 24시간 기준으로 6파운드란다. 나는 3시간 있다 올 것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똑같이 6파운드라고 한다. 정말 머리가 돌지 않은 이상 그 가격에 짐을 맡기진 않을 것이다. 나는 머리가 돌지 않았기 대문에 그냥 짐을 들고 다니는 것을 선택했다.
 리버풀은 상당히 상가 밀집 중심가가 잘 되어있는 도시다. 런던은 너무 지나치게 복잡한 느낌이 있고 글래스고는 중심 상가 지역이 거리를 따라 길게 나 있어서 걷다 지치지만 이곳 리버풀은 라디오 시티 송신탑을 기준으로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몇개의 광장을 중심으로 넓은 보도가 십자 모양으로 광장들을 가로지르고 감싸듯이 나 있고 그 광장들마다 큰 아케이드 상가가 큼지막하게 여러개 존재해서 물건을 사거나 둘러보기에는 더 나은 곳이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진 않다. 이 곳을 돌면서 스포츠 신발을 자루 판매하는 곳을 돌았고 JD Sports라는 스포츠 용품을 모아놓은 대리점이 제일 크고 신발이 많아 그 곳으로 갔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내 발의 특성을 설명하고 걷기에 편한 신발을 찾는다고 했더니 나이키의 신발을 권해준다. 이곳의 규격으로 10사이즈(아마도 280이나 285 정도 되지 않으라 싶다)의 신발을 샀다. 구입하고보니 이게 왠걸… Nike+모델이다. 아이팟과 연결하여 내 걸음이나 달리기의 기록을 볼 수 있는 모델인 것이다. 어쩌다보니 애플과 관련된 물간 또 하나 추가된 것이다. 내 발 모양 때문에 큰 사이즈를 신게 됐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쿠션이 좋다. 여태까지 내가 신은 나이키 신발은 별로였는데 이번 거는 만족스럽다. 전에 신던 신발은 대충 큰 짐에 쑤셔넣고 새로 산 신발을 신고 역으로 돌아왔다. 역앞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역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영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사랑의 열매’같은 포프리라는 이름의 조화를 판매한다. 나이 드신 분들은 물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하고 다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리버풀 라임 스트리트 역에서 다름아닌 군인들이 모금을 받으면서 이것을 나눠주고 있었다. 자켓에 써있는 것을 보니 ‘Royal Marine Commando’. 즉 우리식으로 하면 해병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모금을 받는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퇴역 군인인지 현역 군인인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정식 군복을 갖춰 입고 모금을 받는다는 것이 재밌게 보였다. 사람들도 지나가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동전을 통에 넣고 포프리를 받아가는 모습은 결국 역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가슴에 포프리를 달고 있는 모습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서 해병대 하면 사실 안좋은 이미지가 많다. 특히 정치적 활동이나 해병대라고 으스대는 듯한 해병대의 모습은 별로 좋지 않은데 영국에서의 해병대는 뭐랄까 이런 것 때문인지 무척이나 친근해 보였다.
 역 내에 있는 대형 화면으로 약간의 광고와 ‘Sky News’라는 채널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뉴스가 나오는데 기름 값이 오론 것과 파운드와 유로의 환율이 올랐다는 뉴스가 지나간다. 안그래도 얼마전에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다가 한국 원화의 강세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것을 보니 달러의 약세인 듯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더불이 이렇게 유럽 쪽 통화가 비싼 시기에 유럽에 온 나는 참 집에 누를 많이 끼치는구나 싶기도 하다.
 리버풀에서 런던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가면서 창 밖을 본다. 또 다시 날씨가 흐려진다. 간만에 사람이 가득 찬 열차를 타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간다. 도착 시간에 그렇게 늦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되는 것이 역시나 유로스타도 30분 전 체크인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런던으로 가는 동안 참 영국에 오래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세삼스래 든다. 애초에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잡았던 것이 영국이었음에도 너무 오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런던 유스턴에 도착하여 짐을 들고 뛰었다. 시간 여유가 너무 없었다. 런던 처음 온 날에 제대로 헤매고 그래서 제대로 배운 덕에 매우 숙련된 동작으로 언더그라운드 표를 사고 워털루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역시나 빠듯한 시간임을 확인하고 유로스타 터미널까지 뛰었다. 일단 시간에 맞춰서 왔지만 줄이 상당히 길게 늘어서 있었고 게다가 엑스레이로 짐 검사를 한다. 수화물 검사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관계자가 와서 ‘열차 시간에 늦겠다고 말하지 말고 최대한 협조하라.’라고 소리친다. 사실 출입국에서 일하는 동안 검색대 앞에서 시간이 지연 되는 경우를 자주 뫘었고 그 때의 해결책은 최대한 협조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머니의 모든 물건을 점퍼에 넣고 점퍼를 벗은 후 정말 30초 만에 검색대를 통과했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여권 심사대에 섰는데 여권을 보여주자 담당자가 ‘안녕하세요’ 라고 말한다. 잠시 여권을 보더니 다시 여권을 주면서 OK라고 하면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너무 시간이 없는 상황이기에 그냥 가볍게 웃고 지나갈 뿐이었다. 겨우 발차시각 10분 전에 열차에 올라타니 이미 열차 안은 사람으로 가득 차있다. 여태까지 영국의 열차를 타면서 이렇게 사람이 많고 좁은 객실은 처음이다. 게다가 전원 연결도 없다. 일단 가방을 대충 아무대나 쑤셔 박아 넣고 좁은 자리에 앉았다. 열차가 출발하여 지상으로 나오는데 벌써 밖은 어둡다.

 유로스타는 빠르다. 어느새 귀가 갑자기 멍해지는게 터널에 들어간 듯하다. 그러고 한 30분인가를 지났을까 하는데 터널에서 빠져나온다. 그러더니 한 역을 스쳐지나간다. 옛날 영국의 도버를 잇는 배가 다니는 칼래 역이다. 이제 프랑스 영토에 들어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긴장된다. 그 뒤에 지상을 한참을 더 달리더니 이윽고 파리 북역(Gare de Nord)에 도착한다. 정말로 많은 사람이 북적였다. 플랫폼 밖에는 이미 한국 아줌마 단체 여행객들이 모여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고 이미 역 출구 쪽의 택시 탑승장에는 사람이 가득차서 비집고 빠져나오기도 힘들었다. 일단 빠져나와 지도를 보고 숙소를 향해 걸었다. 잠시 길을 잘못 들기는 했지만 바로 길을 금방 찾아서 이내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왕 몽마르트르 앞인데 한번 올라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by 사혼 | 2007/11/09 06:07 | Travelog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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