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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22. 7th Day in London – Leaving Camden / Imperial War Museum

꿈을 꿨다. 난 무슨 일인지 집에 있었고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일이 끝나고 나서 영국으로 가려고하니 어머니께서 ‘니 입장에 그 정도면 됐다. 힘들면 가지 마라.’라고 잡으셨다. 일어나니 나 혼자라는 것을 느꼈다.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흐느껴 눈물을 흘렸다. 집에서 나온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 벌써 향수병이라니. 아직 시작인데…
눈물을 닦고 일어났더니 4인실에서 벌써 두명이 안보인다. 저번 6인실에서는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서 내가 제일 먼저 나갔었는데 이 방의 사람들은 모두 혼자 온 사람들이며 또 완전히 여행자들인가보다. 침대도 벌써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나갔다.
내일 패딩턴에서 바스로 떠나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이동하고자 패딩턴 역 부근의 숙소로 옮기는 날이다. 일어나자 마자 머리를 감은 후 침대를 정리했다. 침대를 정리하고 체크 아웃을 한 후 밖에 나와 큰 짐을 자전거에 묶었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때 겪었던 낭패를 자시 당하지 않으려면 큰 짐이 있는 동안은 자전거에 묶은 채로 다니고 짐이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야 한다. 과연… 제대로 묶어놓으니 흔들리지도 않고 새로운 숙소까지 가는 길이 오르막길을 제외하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새로운 숙소에 짐을 풀고 버킹엄 궁전으로 향했다 조금 해맨 덕에 겨우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도착을 했다. 이미 근위병 교대식이 진행 중이었다. 세상에나. 멀리서 올 땐 잘 몰랐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지도 못하고 구경도 못할 정도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나는 정말 인파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버렸다. 엄청난 인파에 질린 나는 서둘러 사진만 대충 찍고 워털루 역으로 향했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워스트민스터 사원과 빅벤. 이젠 워털루까지 가는데 대충 표지판만 봐도 충분히 갈 수 있을 정도다. 워털루에 도착해서 유로스타 탑승구 쪽으로 갔다. 그곳에서 유레일 패스를 제시하고 11월 7일 파리로 가는 열차를 예약했다. 일단 일정은 그날 리버풀에서 런던에 도착해 바로 파리로 가는 것인데. 리버풀에서 런던으로 올때 연착이나 기차를 놓히면 안되는 상황인데 잘 되려나 모르겠다. 2시간 정도 시간 여유를 뒀으니 문제 없길 바라는 수 밖에…
워털루에서 베이글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제국 전쟁 박물관으로 향했다. 많이들 알다시피 영국은 세계 1, 2차대전 참전 국가고 모두 승전국이다. 냉전 기간 중에는 포클랜드 전쟁을 경험했고 지금 제 2차 걸프전에는 미국에 이은 제 2의 참전국인 나라다. 이런 나라가 과연 ‘전쟁’이라는 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가 궁금해졌다. 전쟁 박물관에 도착하자 전쟁 박물관임을 알리는 거대한 포신 두 개가 나를 맞는다. 거포를 지나 입구로 들어갔다. 왠일인지 어린이들이 많이 있었다. 아니. 이 곳은 어린이를 위한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관람을 시작하면서부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반적인 동선 상 처음 방문하게 되는 곳인 ‘어린이들의 전쟁’관은 말 그대로 전쟁을 경함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가스 마스크 휴대, 공습 시 행동 요령, 런던을 떠나 다른 집에 맡겨졌던 아이들의 모습들.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시작부분 장면이 떠오른다. 공십이 있자 집 앞마당의 반지하 대피소로 도망치던 모습들, 런던을 떠나 시골 마을에 피난 가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그대로 오버랩 된다.
다음 메인 섹션인 세계 대전관은 말 그대로 전쟁의 발발 과정과 참전국들의 상황, 전쟁의 경과들이 자세하게 자료로 나눠져 소개되어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이어지는 냉전 시대의 소규모 전쟁들. 이 곳에는 한국전에 대한 소개도 되어있었다.
전시를 둘러보면서 왠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전쟁 박물관이지만 전쟁을 비판하는 메세지들로 가득하다. 전쟁이 끝나고 겨우 찾은 평화를 강조하고 전쟁의 아픔을 강조한다. 지금 전쟁에 참전하고 있으면서도 전쟁의 아픔을 기억한다. 유명한 전쟁과 그 안의 전투에 있어서 많은 승전의 경험을 가진 국가이지만 승전의 영광 보다는 그 과정 안에 있는 아픔을 기억한다. 이런 곳이 바로 제국 전쟁 박물관이다. 아직 공식적으로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의 전쟁 기념관은 조금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그 아픔을 기억하기보단 승리의 영광과 기쁨, 아울러 반공, 국방에 대한 의식 고취 등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면 영국의 제국 전쟁 박물관은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반전’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소중한 것으로 다가올 것인가를 생각해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간이 남아 테이트 브리튼을 들르려 하였으나 거리가 멀고 무엇보다 날씨가 불안하다. 아침부터 잔뜩 우중충하게 껴있던 구름이 내심 불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숙소에 도착하니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내일은 자전거를 타고 패딩턴까지 가야하는데 비가 오지 않았으면 한다.

by 사혼 | 2007/10/23 05:30 | Travelog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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